[서울=뉴시스] 송연주 기자 = "압타머는 항체의약품이 적용되는 영역을 대체할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습니다. 차세대 신약개발 기술인 '키메릭 압타머'로 전 세계 항체의약품 시장을 정조준 할 것입니다."
압타머사이언스 이대견 신약연구소장은 최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2011년 창립한 압타머사이언스는 항체를 대체할 차세대 신약 기술로 부상한 '키메릭 압타머'(Chimeric Aptamer)를 확보해 국내·외 제약기업과 뇌질환, 항암, 뇌종양 치료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 중인 바이오 기업이다.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의 85%는 항체의약품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표적약물전달 시장에선 항체의약품과 약물(항암제)을 링커로 연결해서 암세포를 공격하는 ADC(항체-약물 결합체)의 개발이 가열차다. 강력한 치료효과를 가져 '약물 폭탄을 실어나르는 비행기'로도 표현된다.
하지만 기술적 한계도 많은 게 현실이다. 항체의 지나치게 긴 체내 반감기(혈중 약물농도가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는 오히려 독성이 있는 약물의 체내 노출도를 높여서 부작용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면 항체보다 분자크기가 작은 압타머는 상대적으로 반감기가 짧고 조직 침투력이 높다. 신속한 약물 전달 이후 신장을 통한 제거가 빠르게 이뤄질 수 있어 ADC 개발 장애요인인 독성 및 부작용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키메릭 압타머, 항체 적용 어려운 약물까지 결합해 전달
압타머 기술 중에서도 압타머사이언스의 '키메릭 압타머'는 압타머에 다양한 유형의 약물을 결합해 치료효과를 구현하기 위한 '약물 전달체'로서의 역할을 강조한 개념이다. 현재 기술 개발이 활발한 항체의 약물 전달 기능에 대해 압타머가 정면 도전한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대견 연구소장은 "압타머가 항체와 비견되는 표적 선택성과 친화도를 보이면서도 항체보다 조직 투과도 면에서 우수해 약물 전달 시 유리한 면이 있다"며 "항체도 ADC 등에서 약물 전달체로 다수 개발되듯이 압타머에 다양한 약물을 결합해서 원하는 표적으로 전달하고자 키메릭 압타머 개념을 도입해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압타머는 화학적으로 합성하기 때문에 원하는 위치에 변형기를 도입할 수 있고 항체처럼 세포주 개발, 유전자 조작의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아 접합을 위한 변형을 가하기가 쉽다"고 말했다.
그는 "항체보다 확장성이 넓어 저분자의약품뿐 아니라 항체, 펩타이드, 같은 계열의 핵산의약품인 siRNA(짧은간섭리보핵산)·ASO(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티드)까지 결합해 원하는 표적 조직으로 전달해서 치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확장성 커…"뇌혈관장벽 투과 기술 이전 기대"
압타머사이언스는 압타머에 결합할 수 있는 약물을 확장하며 새로운 기술 성장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항체, 펩타이드뿐 아니라 최근 주목받는 siRNA, ASO까지 확장해 실용화를 위한 개발 단계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압타머에 저분자약물을 결합한 ApDC, 항체·펩타이드를 결합한 압타머-항체(펩타이드) 접합체, siRNA를 결합한 압타머-siRNA 접합체를 대상으로 국내외 업체와 활발한 공동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뇌혈관장벽 극복 기술인 'BBB 셔틀'은 키메릭 압타머의 대표주자다. 기존 항체치료제는 큰 분자량 때문에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하기 어렵다. 압타머사이언스는 항체보다 분자량이 작고 표적 선택성이 높은 압타머를 통해 약물 전달 효과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압타머사이언스의 BBB 셔틀은 트렌스페린 수용체(TfR)에 대한 선택적 압타머를 활용해서 다양한 뇌질환 치료 약물을 결합하고 효과적으로 뇌로 운반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소장은 "뇌혈관장벽 투과 기술은 오래 전부터 뇌질환 치료에 꼭 필요했던 기술이다"며 "우리의 BBB 셔틀은 항체 기반 투과 기술보다 다양한 약물 유형에 적용할 수 있고 특히 종간 교차활성이 우수해 설치류에서 영장류까지 동물모델 제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설치류를 이용한 동물실험 결과 항체와 같이 큰 생체분자들에 대한 최고 수준의 BBB 투과율이 확인됐다.
현재 다수의 뇌질환 치료제 개발사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연구 중이다. 뉴라메디와는 파킨슨 치료 목적 항체를 BBB 투과 TfR 압타머에 결합해 뇌로 운반하는 치료제를 공동 개발 중이다. 한 글로벌 제약사는 펩타이드의 BBB 투과 목적의 파트너십 체결을 위한 자체 평가(MTA)를 진행 중이다. 또 다른 국내사와도 BBB 투과 TfR 압타머에 치료용 siRNA를 결합해서 표적유전자의 발현 억제력을 평가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BBB 셔틀을 바탕으로 전 세계적으로 개발이 활발한 이중항체 개념의 추가적인 개발도 검토 중이다.
이 소장은 "해당 회사들의 자체 평가결과가 나오면 본격적으로 기술 이전, 공동 개발 등 파트너링 계약 체결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외에도 많은 항체, 펩타이드, siRNA 개발사가 약물을 뇌로 전달하고자 BBB 셔틀 파트너링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내 간암 치료 압타머 임상 신청 목표"
키메릭 압타머를 기반으로 개발 중인 또 하나의 축은 압타머에 저분자약물을 결합한 ApDC다. 회사 내부적으론 ApDC 중심의 항암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ApDC는 간암 등 고형암, 뇌종양(교모세포종), 혈액암(다발성골수종)의 종양을 직접 표적한다.
이 중 간암 등 고형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AST201은 표적단백질인 GPC3에 대해 높은 선택성과 특이성을 갖는 압타머의 서열 내에 화학항암제 '젬시타빈'을 결합한 방식이다. 올 연말 임상시험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소장은 "현재 전임상 단계이며, 동물실험에서 항암 활성, 종양 성장 억제력을 확인했다"면서 "최근 중국 위탁생산 기업과 임상시료 생산을 위한 CDMO(위탁개발생산) 계약을 맺었다. 올 연말 임상시험계획 제출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 국내 피노바이오와도 링커-접합약물을 활용한 뇌종양, 췌장암 치료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압타머 기술의 탑티어…글로벌 선두주자로 도약할 것"
압타머 신약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가능성은 높게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압타머 시장은 2017년 이후 매년 20.9%씩 성장해 2025년 59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받는다.
그는 "아직 압타머 신약 개발의 스펙트럼이 넓지 않고 상용화를 위한 개발 단계에 접근한 회사는 손 꼽힌다"며 "하지만 최근 키메릭 압타머 연구가 증가하고 있다. siRNA, ASO를 결합하면 새로운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스펙트럼 또한 충분히 넓어질 것이다"고 기대했다.
항체의약품 시장을 대체할 경쟁력 역시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이 소장은 "항체가 적용되는 모든 영역에서 압타머가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우선 siRNA, ASO 등 항체가 적용되지 못하는 영역에서 압타머가 확장성을 보여주면 경쟁력 있는 약물 전달 물질로 부각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압타머사이언스는 압타머 기술의 탑티어로서, 글로벌 선도 위치에서 시장을 이끌 수 있을 만큼 성장하는 게 목표다"며 "그러기 위해선 AST201을 일정에 맞게 임상 단계에 진입시키고 동시에 BBB 셔틀의 기술이전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